2017년 10월 24일의 화요일, 오후 4:02분, 사무실.

마음이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육아휴직만을 바라보고 살지 않았더라면, 요즘 만큼 막장에 치닫는 이 썩은 조직을 보고 나는 어떠한 분노, 어떠한 절망을 느꼈을까. 눈 질끈 감고 모른 척을 했을까. 아님, 사표를 던졌을까. 선배의 그릇된 조언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여 곧 등이 터지고야 만 사회초년생 꼬꼬마를 보다 못해 내가 대신 사과를 했더랬다. 선배들이 그 모양이라, 상사라고 있는 인간들이 그 모양이라, 너보다 더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고 혜안이 넓어야 할 어른들이 그 모양이라, 내가 대신 미안하다고.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배우며 자랐을테지만, 사회는 결코 녹록치 않다. 태어날 마음이에게는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라고 알려줘야 할까. 부모로서의 막연한 두려움.

내 염려와는 달리 아직 엄마의 뱃속 밖을 경험해 보지 못한 마음이는 천진난만하다. 꿈틀 꿈틀 태동이 느껴질 때면 없던 모성애가 생겼다가도, 지나간 줄만 알았던 입덧이 이따금 ‘안녕하신가’ 안부를 물을 때면, 임신 만큼 어려운 길도 세상에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남편만한 사람도 이 세상에 없다는 것도 같이 깨닫는다.

마음아, 너와 엄마를 향한 네 아빠의 사랑은. 그 깊이를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을거야.

임신의 반을 넘어왔다. 다소 늦었지만, 내일이면 마음이의 성별도 알게 되겠지. 사실 아직도 엄마는 궁금속에 살고 싶긴 해. 네가 딸인지, 아들인지, 아빠와 티격태격하며 오가는 농담거리도 꽤나 큰 즐거움이었거든. 이러나 저러나 넌 엄마와 아빠가 다시 만나 사랑한 결실이고 기적이야. 그러니 그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해.

오늘도 엄마는 생각이 많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마음이가 경험해야 할 세상에 관해, 우리 가족을 지켜야 할 아빠의 노고에 관해. 그래도 분명한 건, 네가 와줘서 다행이라는거야.

이런 저런 하루. 해마다 글감이 끊이지 않았던 짙은 가을. 몽피마 멤버들과 민둥산으로, 둔내로, 강화도로, 산정호수로, 고석정으로, 떠나던 숱한 가을들. 이젠 각자 엄마의 길을 걷느라 여행길을 나서지도, 삶에 치여 세련된 포장으로 예쁜 글을 써내지는 못 하더라도. 그 때의 추억으로 또 단출한 오늘의 기록으로 언젠가는 웃고 말겠지.

웃어야지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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