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p. 247

한 어부가 고기잡이를 마친 뒤 배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사업가가 말을 건넸다.

“하루에 몇 번 고기잡이를 나가쇼?”

어부가 대답했다.

“한 번이오.”

“여러번 나가면 고기를 훨씬 더 많이 잡고 돈을 많이 벌 거 아니오?”

“많이 벌면?”

“돈이 많으면 훨씬 풍족하고 여유있게 살 수 있지 않겠소? 일에 매달리지 않고 느긋하게 항구의 풍경을 즐기면서 말이오.”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잖소?”

이 이야기에서 어부와 사업가는 삶의 질을 끌어 올린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사업가는 돈이 삶의 질적 향상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 데 비해 어부는 이미 삶의 질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정답에 가까운지는 자명하다. 어차피 돈을 벌어 삶의 질을 살 거라면 돈을 버는 힘든 과정을 생략한 어부가 지름길에 있는 거니까.

흔히 삶의 질은 빈곤이 해소된 뒤에야 고려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앞의 이야기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이야기에 나오는 어부는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의미에서’ 외부인(사업가)의 시선으로 보면 빈민에 속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빈곤 자체도 그럴진대 삶의 질을 객관적인 지표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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