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함께, 그 큰 차이.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오는 유학시절의 잔재가 있다.

해가 떠있을 무렵 깜빡 소파에서 잠들었다 깨고나면 어느덧 밤이었다. 캄캄한 거실벽을 두드리는 화면과 적막 속에 웅성이는 소리. 또 TV를 그대로 켜놓고 잠들었었나보다. ‘밥 먹을 시간이야’ 혹은 ‘들어가서 자’라고 나를 걱정하는 누군가가 깨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주섬주섬 더듬더듬 방까지 걸어 들어가는 그 고독이 일상일 때. 나 하나 감쪽 같이 사라져도 몇일 간은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그게 얼마나 뼛속까지 휑해지는 일이었는지, 그 절망이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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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연휴의 마지막 날.

재방송을 보다가 눈꺼플이 무거워져 잠에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해는 어둑어둑 져있고, 또 홀로 떠들고 있는 TV를 보고 있자니 그 때의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해졌다.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 베고 잠든 것이 평생 나를 돌봐줄 사람의 다리이고, 그 사람도 비슷한 노곤함에 잠에 들어 곁에서 새근새근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

그래, 다시는.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아, 나에겐.

엉금엉금 다가가 폭 안겨본다.
잠결에도 더 가까이 나를 당기는 팔.

예전의 나를 아는 누군가가 괜찮냐, 물어본다면
그럼요. 이제 11월도 무섭지 않은걸요. 대답하리라.
그 만큼 괜찮다. 아주 많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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