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어렸을 적 홀로 떠났던 유학의 길이 늘 나 혼자로도 온전해지길 강요했으니, 그저 내 중심적으로 만들어 온 세상에 누군가를 들이고 그 틀을 넓혀간다는 것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상상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우리의 관계는 나의 공간을 마지못해 내줘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느 날 우연히 걸어 들어간 서로의 세상이 참 자연스럽게도 ‘내 집’이 되는 잔잔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생긴 확신 하나만으로 목에 핏대를 세워 결혼을 지양했던 지난 날 나의 고집은 아주 빠르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머쓱하군.

아무쪼록 길었던 나의 방황에 이별을 고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나라는 중심에서 벗어났더니 더 소중한 것들이 내 삶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우리 둘의 세상을 전부 안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넓은 아버님의 품. 사위 손을 잡은 아빠의 손에서 느껴지는 유독 단단한 매듭. 부족한 며느리를 혜량해 주실 어머님의 호탕한 웃음소리. 사위 온다고 종일 콧노래 부르며 요리하다 지워진 엄마의 춤추는 눈썹. 생일마다 뭐 갖고 싶냐는 물음에 “매형 (Hawk brother) 한 마리”라 대답하던 남동생이 아직까지도 느끼지 못하는 그 실감. 그리고 퇴근 길, 저만치에서 마중 나오는 5년 전 그대로의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 달려가서 안겨도 모자랄 것 같다, 그 순간 느끼는 그 사랑을 표현하기엔.

이따금 살면서 살이가 힘들어져도 지금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다면 마음만은 늘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고 아쉬운 것인지 함께 알아가겠지. 찬란할 우리의 날들…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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