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즙이 아니라, 마음이 왔다.

집 주소로 사람만한 곰이 배달되던 날,
빈집이라 나중에 직접 가서 곰을 업고 데려왔다.
너 때문에 별 짓을 다하는구나.
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맥주를 비우며 말했다.

곰을 의자에 앉혀놓고 술을 마시기도 했고,
울다가 같이 누워 잠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팔이 찢어지고
엉덩이에서 솜이 터져 나왔다.
책상 아래에서 먼지가 쌓였다.
곰은 노환으로 죽었다.

그래도 배달되어져 온 그 날엔,
곰이 아니라, 마음이 왔다.

또 어떤 날은 풀무원에서 전화가 온다.
잦은 건강문제로 아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나 마즙 싫어해. 라고 대답할 참이었다.

그런데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말한다.
매일 챙겨 드시게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하셨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 후에는 듣지 못했다.
손이 툭 떨어졌다.

마즙이 아니라, 마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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