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 김사인

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몇날을 나도 힘도 안 들고, 잠도 안 오고 팔다리도 개뿐혀요. 그저 좋아 자꾸 콧노래가 난다요. 숟가락 건네주다 손만 한번 닿아도 온몸이 다 짜르르혀요. 잘 있는 신발이라도 다시 놓아주고 싶고, 양말도 한번 더 빨아놓고 싶고, 흐트러진 뒷머리칼 몇올도 바로 해주고 싶어 애가 씌인다요. 거기가 고개를 숙이고만 가도, 뭔 일이 있는가 가슴이 철렁혀요. 좀 웃는가 싶으면, 세상이 봄날 같이 환해져라우. 그길로 그만 죽어도 좋을 것 같아져라우. 남들 모르게 밥도 허고 빨래도 허고 절도 함시러, 이렇게 곁에서 한 세월 지났으면 허라우.

잘 있는 신발이라도 다시 놓아주고,
고개만 숙이고 가도 철렁한다는
그 시인의 첫 페이지는
‘고요로 깊어지소서,’ 라고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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