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만큼 사랑하느냐의 기준.

연인의 다툼에 늘 문제가 되는 건 마음이다. 편의점에서 먼저 나오면서 문을 잡아주지 않는다거나, 좋아하는 걸 기억해주지 않는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부터 누가 먼저 전화를 끊느냐, 싸우고 난 후에 누가 먼저 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느냐 하는 자존심 문제까지 모든 건 다 한가지 얘기다. 마음이라는 것은 ‘머리에 총을 들이댄대도 이 사람을 포기 못한다 이놈들아!’ 하고 외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배려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 만큼 아주 심플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관계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더 사랑한다고 느낀다. 상대방의 사랑은 작고 약하고 어떨 땐 냉정하기 그지없다.

‘매일매일’과 ‘죽을 만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얼만큼 사랑하느냐의 기준이었다. 그러다가 그 계산법이 바뀌었는데, 어느 날 외야에서 담장 너머로 넘어가는 홈런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경우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아니다. 다만 잃을까봐 두려워진게 생겼을 뿐. 예전엔, 걸려오지 않는 전화 한 통, 무심히 튀어나온 악의 없는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의심하고 헤어짐을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서 약오르고 화나서 펄펄 뛰다 놓쳐버린 그 사람이 다신 그만큼 사랑하지 못할 사람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허브의 분류나 크레파스 색깔 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 중에는 마음을 다 해 사랑해도 전화기를 책상에 던져둔 채 다니고, 전화하다가 잠이 들고, 약속 날짜를 잘 잊고, 잘 때는 꼭 등을 돌리고 자야 하는 사람도 있는거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 이 아니다. 세상에는 차에 타기 전에 문을 열어주고 의자의 먼지를 털어주고, 하루에 스무 번씩 상냥한 문자를 보내고, 사돈의 팔촌 생일까지 다 기억하는, 그러다가 결국 도망가는 사기꾼도 널려있으니까.

나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들어서 헤어지려는 생각이 든다면 잘 생각해 봐야한다. 다투고 난 후의 택시안에서 가만히 손을 잡아준 사람이 누구인가? 차 안에서 잠 들었을 때 깜빡이도 조심스럽게 넣고, 신호등에 걸렸을 땐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건 누구의 손이었나? 건너편 골목에서 손을 흔들며 당신을 보고 햇빛처럼 웃던 그 얼굴은 누구의 것인가?

매일처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하루에 열두번씩 전화해주지 않아도, 열흘 일정을 떠나면서 보고 싶어 죽을 거라고 울지 않아도, 곁에 있는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한다.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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