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1일의 토요일, 오후 5:27분, 서재.

취한 어제의 실수들을 여기저기서 주워 담고, 늦은 오후 서재에 들어와 나를 철저히 혼자 둔다. 오늘은 그래야지, 마음을 먹는다. 계절에 걸맞는 건조한 시간들이 지나간다. 독설은 녹고 허기는 멈춘다. 끊임없이 글이 읽힌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한다. 더 살아 봐야겠다, 싶다.

스르르 잠이 든다. 꿈을 꾼다. 겨울 바다에 앉았다. 생굴과 살아서 끈적이는 낙지 한접시, 낮술. 바람이 불어 파라솔이 날아가고 소주잔이 떨어진다. 난로 앞에 삼삼오오. 컵라면을 후루룩 마시며 누구네 남편을 흉보기도 하고 앞다투어 딸자랑을 하기도 한다. 산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다. 드문드문 오가는 연인들 때문에 해삼을 잘라내는 손이 바쁘다. 이 추운 날, 왜 우린 이 곳에 앉았느냐 실소를 터뜨린다. 바람이 불어 손을 비비며 돌아온다. 눈을 떠서는, 꿈 이야기를 해주고, 꿈에서도 술이냐 잔소리를 듣는다. 아니, 그 보다 사람. 사람과 닿아있는 시간이 좋다. 그래서 꿈에서도 그렇게 사람을 만나나, 싶다.

간만에 약속 없는 토요일 오후, 적당한 어둑함. 월요일이 되면 꿈만 같을 되새기기도 아깝고 고운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어제 마신 술로 병이 나있을 사람과, 여행을 하고 있을 사람. 한참 자고 있을 사람과,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 그리고 TV앞에서 남편과 노곤한 주말을 보내고 있을 이를 생각하며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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