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정하라?

기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이미 알딸딸하다.

– 기윤. 내 꿈은 이제 없어지는 건가.

= 영화에서 그러잖아.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못되면 꿈을 수정하면 된다고. 주인공은 야구선수 말고 심판이 됐어. 심판이 돼서 경기를 지배하는거야. 너는 남의 글을 지배할 수 있는 에디터가 되면 돼. 더 잘 어울리고 가치있는 일이야.

– 그럼 내 결핍은 어쩌고? 평생 창작을 동경하고 살아?

나는 또 결핍 타령을 했다. 그리고 두 병을 더 마셨다.

꿈을 수정하라?

다음날 고민했다. 꿈을 수정할 수도 있어? 심판이 되면 야구선수가 되지 않아도 평생 그라운드에 있을 수 있어?

응. 그럴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나 결핍이라는 건 있으니까. 글을 맘껏 쓰게 되면 음악을 하지 못한게, 또는 돈을 더 벌지 못한 게 결핍으로 남을 수도. 라고 혼자 위로했다.

하지만 매번. 왜 글을 안쓰냐는 질문은 나에게 반갑지 않다. 이미 결핍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 질문에 이제 8년이 넘은 졸업 작품집을 꺼내 읽고 오그라들어 다 찢을 뻔 했다. 문장의 군더더기만 오천개 발견. 이런 주제에 무슨 작품을 쓰냐고.

그새 자랐구나. 수정도 발견할 줄 알고. 이렇게 또 어떻해서든 긍정 심리학 발휘.

하루하루 멀어질 수록 글을 쓰는 일이 무서워졌다. 그런데 나중에 정말 글을 못 쓰고 회피할까봐, 후회하고 결핍으로 남아 나를 죽을 때까지 찌를까봐.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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