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4년을 시작하며 나는 ‘행복해지자’보다 ‘더 자주 행복해하자’고 다짐을 했었다. 이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이 목표 덕분에 힘든 일 와중에도 틈틈히 행복해 했고, 그래서 또 여러고비를 힘차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잠들기 전 새벽, 새해목표가 무엇이냐는 엄마의 말에 툭 내뱉은 ‘술 끊을거야’는 사실 웃자고 한 소리에 가깝고 (못 끊는 이유는 미생 7화 참고), 아침에 눈을 떠서 침대를 뒹굴며 나는 2014년의 목표만큼 나의 2015년을 이끌어줄 더 깊은 뜻의 무언가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하루 전이지만 그 새 작년이 되버린 2014년, 대학원 동문이자 네덜란드 사람인 쿤 므느케가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계기로 다섯이 모였다. 졸업 후 한국을 떠난 여러 외국인 친구들과는 달리, 그 중 프랑스인 삐에르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치열한 직업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느라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지는 상황이었고, 그 덕에 우리는 삐에르 얘기를 삐에르 없이 (속된말로 뒷담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사실 프랑스 사람과 유머코드를 나눌 정도의 고급화 된 센스가 없어서, 간혹 삐에르가 진지한지 농담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이며 동의해줘야 하는지, 어깨 한대를 툭치며 박장대소를 터뜨려 줘야 하는지 애매할 때가 있었다. 그 얘기를 꺼내자 쿤이 말했다. (의역) “삐에르는 자신감이 강하기 때문에 (so comfortable in his skin that) 자기가 원하지 않은 반응을 상대가 해주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he doesn’t care how others react to him).” 이 것은 정말 대단한 장점이다! 이로써 삐에르가 도착했을 때 나는 그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고, 편하게 대함으로써 그를 조금 더 ‘올바르게’ (즉, 삐에르라는 사람의 본질 가까이) 알게 되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내 껍질 안에서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후로 쭉 들었기 때문이다. 나로써 사는게 나에게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를 알아가는 상대도 함께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에게 비춰질 나의 모습이 어떨지 염려스러워 내가 본연의 내가 아닌게 되면, 아마 상대방도 나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나아가 나 또한 관계가 어긋날 때마다 초라한 내 안의 알맹이를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해주지 못 한 껍데기를 탓하는, 이 악순환. 이 것이야 말로 술 보다 더 끊어야 할 독소가 아닐까.

설명이 길어졌지만, 두둥! 나의 새해 목표는 굴하지 않는 자신감. 내 껍데기 속에서 평화를 찾는 일. To be ‘so comfortable in my skin that’ I would ‘not care how others react to me.’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것. ‘더 자주 행복해 하자’는 2014년 목표 만큼의 효과를 기대해보며 2015년을 시작한다. 자, 그러려면 우선 씻고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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